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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초콜릿 하트 드래곤읽고보는것도좋아해요 2019. 9. 22. 12:05
늘 일기같이 펜으로 쓰는 글이 편한 내게는 이런 피드에 타자로 쓰는 글은 낯설긴 하다.
그런 와중에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며 '다른 형태의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만들게 된 티스토리의 첫 글은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으로 시작한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
사실 제목은 조금 간질간질했다.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손을 뻗었을지 모를 제목이었다.
최근에 갑자기 몰아 든 내 인생의 회의감에 대하여 굉장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나는 분명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난 풍족하지 못할뿐더러 아직 행복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 끝없는 가지치기로 마치 내 방안 한가운데 버드나무가 생긴 느낌이었다.
그 버드나무는 쑥쑥 자라서 내 자리를 점점 앗아갔고, 잎줄기가 쳐지듯이 자꾸 나도 쳐져갔다.
찾기 힘든 답으로 인해 고민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한켠 구석에 누울 자리를 찾았다. 괴로이 살고 싶지 않기에 외면을 선택해 나가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난 가만히 지낼 수 없는 성향이어서 걸어 다녔다. 생각이 많을 때 걸으면 걷는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걷는 명상을 며칠이고 이어가며 일단 이 문제의 근원은 나의 자존감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하는 법 혹은 나에 대한 믿음이 아직 부족하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정확한 방법을 잘 모르겠다 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엄청나게 다양한 유튜브를 보았다. 자존감 관련된 글들, 동기부여 영상, 공부법, 심리학, 철학 등등!
거의 매일 이것저것 보다가 하루는 읽기만 해도 자존감을 올려주는 책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의 내용이었고, 나는 바로 전자책을 구입해 그날부터 읽었다.
내 후기를 쓰자면,
책의 한 바닥 전체를 다 줄 친 건 처음인 책이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 이때. 더 어리거나 더 나이 들어서 접해야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읽어야 할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소름 돋는 쾌감이 느껴지고 혼자 입꼬리를 올리게 된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으면 너무나도 행복하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책은 너무나도 쉬운 문체여서 금방 읽힌다.
그리고 유튜브에서도 말해줬지만 나 역시 가장 상적인 문구는 "난 드래곤이다" 이다.
아무도 너를 모르는 곳에 숨어서 네 상처를 핥고 싶은 기분 말이야
살다 보면, 과거에 실패한 경험에 눈이 가려서 그 너머는 안 보일 때도 있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그 실패가 불쑥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는 거지.
너무 공감됐다. 숨어서 내 상처를 핥고 싶은 기분.
가끔 멍멍이나 고양이가 본인을 핥거나 누군가를 핥아줄 때 굉장히 애정이 느껴졌다. 얼마나 애정이 있으면 너무나 작은 자기 혀로 저렇게 정성스럽게 핥아줄까..
사람의 치료는 알콜의 향을 풍기거나, 타인의 공감과 인정인데! 나 스스로의 공감과 인정은 아직 그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건 핥음의 영역 제한인가..?
나에 대한 그레타의 평가는 틀려도 단단히 틀렸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현혹되어 고개를 수그렸던 나 역시 틀렸던 것이다. 부드럽고도 잔인하게 나를 비웃던 말들과, 마리나의 주방에 있는 그 어떤 재료보다도 쓰디쓴 독 같은 연민에 휘둘려서, 내가 정말로 그레타의 생각처럼 무력한 존재라고 믿어 버렸다니.
그건 결국 나 자신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변신한 이래 나는 스스로가 무력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두려움을 품어왔다. 보잘것없는 인간의 몸뚱이에 갇힌 나를 볼 때마다 절망스러웠고, 가족들의 예견대로 나는 역시 잘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실패작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 . .
나는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은 존재가 되었다. 나는 바로 '나'다이 책은 아주 소소하게 이런 식으로 네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찾아가는 거야~라고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그 다정함이 주인공 어벤추린이 맛본 초콜릿만큼 달콤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나 또한 달콤함을 찾아 1분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자꾸 이 책을 보게 됐다.
종이책을 사야겠다. 앞으로 반복해서 볼일이 많을 것 같으니..
오늘같이 비 오는 날에 집중해서 읽으면 또 다른 초콜릿 맛을 발견할 것 같다.